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쳐>에 2025년 1월 22일, 엄마 유전자가 아이 인지기능과 뇌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제목: 모체 X 염색체가 암컷 쥐의 인지와 뇌 노화에 영향을 준다. (원문링크)
(원문: The matenral X chromosome affects cognition and brain ageing in female mice)
1. 여성의 경우 엄마 유전자와 아빠 유전자 중 하나는 원래 잡아먹힌다
여성은 엄마와 아빠로부터 물려 받은 두 쌍의 X 염색체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남성(XY)은 오로지 엄마의 X 염색체만 갖고 있죠.
예전부터 궁금했던 점은 ‘남자는 X 염색체를 하나만 갖고 있어도 생존하는데, 여성은 왜 X 염색체를 두개나 갖고 있는가’ 였습니다.
그래서 살펴보니 여성의 경우 X 염색체 두 쌍 중 하나는 묵살(silencing)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결론으로 X 염색체는 하나만 있어도 인간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런데, X 염색체는 엄마와 아빠한테 하나씩 받게 되는데, 그 중 어떤 것이 묵살 당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세포는 아빠가 다른 세포는 엄마가 살아있는 격이 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여기에 해당이 안됩니다. 남자의 X 염색체는 엄마의 것만 있기 때문에 100% 엄마의 X 유전자를 받게 됩니다.
여기서 연구 질문이 발생합니다. “과연 여성의 경우 남성의 경우와 같이 X 염색체 중 엄마의 X 염색체만 활성화되어 있다면, 어떤 특징을 보일까?”
2. 엄마 유전자는 신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인지기능에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먼저 엄마 X 염색체(이하 ‘Xm’)만 활성화된 암컷 쥐(이하 ‘Xm 쥐’)를 인위적으로 생성하였습니다.
연구진은 가장 먼저 혈당, 심장기능, 골밀도, 에너지대사, 호흡, 지방 등에 대해 검사를 해보았습니다. 일반적인 건강에 대한 검사였지요. 그 결과 건강 상에선 어떤 차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인지기능에서는 달랐습니다.
구체적으로 젊은 학습한 것을 떠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Xm 쥐의 기억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가며 학습 속도가 점차 저하되기 시작했습니다.
3. 엄마 유전자는 뇌 노화를 촉진시켰다
Xm 쥐의 학습 능력이 연령에 따라 감소한 것을 확인한 연구진은 혹시 더 빨리 노화가 되서 그런건 아닐까 하고 질문하였습니다.
참고로 공간 기억은 뇌 해마 영역(hippocampus)과 관련이 깊습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뇌 해마의 노화를 확인하였는데, 그 결과 실제로 Xm 쥐의 해마 영역은 더 노화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쯤 되면 괜히 엄마들이 억울해집니다.
“엄마한테서 넘겨진 유전자는 아이의 뇌를 빨리 늙게 한다고? 게다가 학습 능력을 저하 시킨다고?”
앞서 말씀드리기로 여성의 X 염색체는 엄마와 아빠에게서 넘어왔기 때문에 세포마다 달리 발현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세포 다양성이 높아져 환경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엄마의 X 염색체라서가 아니라 그저 X 염색체의 다양성이 저하돼서 그런 것 않을까요?
그래서 연구진은 일반 쥐의 해마에서 엄마 X 염색체(Xm)와 아빠 X 염색체(Xp)를 달리 발현하고 있는 신경세포들을 비교해봅니다.
그 결과 Xm에서 유독 적게 발현되고 있는 유전자 3개(Sash3, Tlr7, Cysltr1)를 발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Xm 쥐에서 Sash3, Tlr7, Cysltr1의 발현을 인위적으로 높여주자 저하되어 있던 인지 기능이 일반 상태까지 회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다양성 자체보다도 엄마에게서 넘어온 유전자가 실제로 아이의 뇌 노화와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엄마 유전자만 갖고 있는 아들은 어떡하라고?
엄마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도 억울함은 있습니다.
아들은 엄마의 X 염색체만 갖습니다.
그렇다는건 아들의 뇌 노화와 인지기능 저하가 엄마의 유전자로 인해 유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컷 쥐를 사용해 인지 기능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암컷 쥐보다 크게 떨어지는 건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어떤 결과에선 수컷 쥐의 공간 기억 수행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는 아빠의 Y 염색체가 모체 단일 X 염색체의 영향을 보완해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5. 요약하자면
오늘 소개해드린 논문은 엄마에게서 유전된 X 염색체가 연령에 따른 인지 기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지적 장애와 관련하여 X 염색체가 관련이 많다는 점과 아들에게는 엄마의 X 염색체만 유전된다는 사실을 통해 ‘아들의 지능과 엄마의 유전자 간 관련성’에 대해 관심을 끌어왔습니다. 이 연구는 그러한 가설에 관한 진실에 한 걸음 가깝게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