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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뇌과학올림피아드 준비 1: 뇌의기초 (1)

이번 시리즈는 국제 뇌과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한국뇌캠프” 경시대회 준비에 도움을 드리기 위한 글입니다. 우리나라 정규 교육과정에는 뇌과학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이 따로 없습니다. 생명과학 교과에서 뇌의 일부를 배우긴 하지만 경시대회를 준비하는데 내용이 매우 부족합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미래 대한민국의 뇌과학자가 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다뤄지는 내용은 “한국뇌캠프”의 공식 교재인 <BrainFacts>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추가적인 자료나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실제 교재를 다운 받아 공부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직 뇌과학 올림피아드에 대해 모르고 있다면?

- 한국뇌캠프로 고등학생 뇌과학 올림피아드 준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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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뇌의 주요 구조

우리의 뇌는 몸의 “컨트롤 타워”입니다. 약 860억 개의 뉴런(신경세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감각 정보 처리, 움직임 조절, 감정 조절, 기억 형성 등을 담당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공을 던지면서 친구와 대화할 수도 있고, 쇼핑을 하며 저녁 메뉴를 고민할 수도 있죠. 뇌가 이렇게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영역으로 나뉘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1-1) 대뇌 (Cerebrum)와 소뇌 (Cerebellum)

뇌에서 가장 큰 부분인 대뇌는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반구(hemisphere)로 나뉩니다. 이 두 반구는 “뇌량(corpus callosum)”이라는 신경다발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대뇌의 표면은 주름이 많은 “대뇌 피질(cerebral cortex)”로 덮여 있으며, 이 주름 덕분에 더 많은 뉴런이 자리 잡아 뇌의 처리 능력을 높입니다.

<글쓴이의 노트>
피질(cortex)은 애초에 "껍질"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대뇌 피질이 껍질이라고 하기엔 너무 두껍고, 중요한 역할을 굉장히 많이 수행합니다. 개인적으로 대뇌 피질을 단순히 '껍질'이라 부르는 것에 일종의 '불편함'을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단어 그대로 받아들여보자면 대뇌 피질은 뇌의 다른 부분을 감싸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뇌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뇌 영역들이 놓여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간보다 하등 동물들을 보면 대뇌 피질 안쪽에 놓여있는 뇌 구조물이 훨씬 크고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정액 처리가 된 뇌의바깥 이미지
그림 1. 고정액 처리가 된 뇌의바깥 이미지 (Dr. John Beal 변형)

대뇌는 기능에 따라 네 개의 주요 엽(lobe)으로 구분됩니다.

  • 전두엽 (Frontal Lobe): 운동 조절, 언어, 기억, 감정 조절, 문제 해결, 계획 수립 등 고차원적인 사고를 담당합니다.
  • 두정엽 (Parietal Lobe): 촉각, 온도, 통증 등의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공간 감각을 조절합니다.
  • 측두엽 (Temporal Lobe): 청각 정보 처리, 언어 이해, 기억 형성을 담당하며, 특히 “해마(hippocampus)”라는 구조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후두엽 (Occipital Lobe):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으로, 우리가 색, 모양, 움직임을 인식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소뇌(Cerebellum)는 대뇌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더 많은 주름을 갖고 있습니다. 더 많은 주름을 갖는다는 것은 표면적이 높아 부피 당 더 많은 뉴런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소뇌는 기능적으로 운동 조절과 균형을 담당합니다. 소뇌가 손상되면 걸음걸이가 어색해지거나 미세한 손동작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전두엽과 두정엽은 중심구(central sulcus)로, 측두엽은 실비우스열(Sylvian fissure)로 쉽게 구분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두엽과 나머지 영역은 뇌의 외부 모습으로는 쉽게 구분되기 어렵습니다. 대신 어떤 지점에서 세 뇌엽이 만나는지 얼추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영역을 측두엽(Temproal)과 두정엽(Parietal), 그리고 후두엽(Occipital)이 만난다하여 측두두정접합(TPJ, TemporoParietal Junction, 또는 TPOJ)이라고 부릅니다.

두정엽과 후두엽은 대신 안쪽에서 보면 확실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 안쪽 면에 두정후두구(parieto-occipital sulcus)를 통해 두정엽과 후두엽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의 노트>
뇌구(sulcus)를 공부할 때 안쪽 면에서 중심구(central sulcus)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 2의 '중심구 처럼' 보이는 중심구 뒤쪽의 구는 Marginal sulcus라고 부릅니다. (한국어 해부 용어로 marginal sulcus를 정확히 어떻게 사용하는지 찾지 못하여 영문으로 말씀드립니다.) Marginal sulcus는 전두엽에서부터 넘어오는 구(sulcus)가 뇌 상부까지 이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정액 처리가 된 뇌의 안쪽 이미지
그림 2. 고정액 처리가 된 뇌의 안쪽 이미지 (Dr. John Beal 변형)

1-2) 변연계 (Limbic System)

고정액 처리가 된 뇌의 아래-안쪽 이미지
그림 3. 고정액 처리가 된 뇌의 아래-안쪽 이미지 (Dr. John Beal 변형)

대뇌 깊숙한 곳에는 감정과 기억을 조절하는 “변연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변연은 “경계”라는 뜻으로 대뇌 피질과 경계를 두고 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주요 구조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해마 (Hippocampus):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고 학습을 담당합니다.
  • 편도체 (Amygdala): 감정을 조절하며, 특히 두려움과 관련된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 시상 (Thalamus): 감각 정보를 받아 적절한 대뇌 영역으로 전달합니다.
  • 시상하부 (Hypothalamus): 체온 조절, 배고픔, 갈증, 호르몬 분비 등을 조절합니다.

그림 3에서는 아쉽게도 해마와 편도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흔적을 통해 상상해보자면 시상 뒤쪽에 아래쪽으로 지나가는 구조물과 연결된 것이 해마이며, 그리고 그 끝에 편도체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글쓴이의 노트>
해마는 신경과학에서 인지행동에 관해 압도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해마의 중요성은 환자 HM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환자 HM은 해마 제거 이후 심각한 기억 손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해마와 관련된 신경생물학적 기전 연구들은 쥐 연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 3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의 해마는 매우 깊은 곳에 있어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접근하더라도 신경생물학적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윤리적인 한계가 많습니다. 그러나 쥐의 해마는 뇌 표면에서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윤리 상 상대적으로 신경생물학적 실험에 자유롭기도 합니다.

1-3) 뇌간 (Brainstem)

고정액 처리가 된 뇌의 안쪽 확대 이미지
그림 4. 고정액 처리가 된 뇌의 안쪽 확대 이미지 (Dr. John Beal 변형)

뇌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뇌간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합니다. 주요 구조로는 다음이 있습니다.

  • 중뇌 (Midbrain): 눈 움직임 조절 및 반사 작용을 담당합니다.
  • 교뇌 (Pons): 호흡 조절과 신체의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연수 (Medulla Oblongata): 심장 박동, 호흡, 소화 등의 생명 유지 기능을 조절합니다.
<글쓴이의 노트>
중뇌와 교뇌를 구분하는 큰 특징은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이 흐르는 관의 차이입니다. 중뇌에는 아주 얇은 관인 뇌수도관(cerebral aqueduct)가 있고 교뇌 이후에는 제4뇌실(4th ventricle)이 있습니다. 그림 4에서 중뇌에서 뇌교로 지나가며 소뇌 근처에서 삼각형으로 빈공간이 넓어지는 그 중간 부분이 뇌수도관과 제4뇌실의 경계입니다. 이 외에도 다른 뇌실(ventricle) 또한 뇌 구조를 구분지어 인식하기 위한 일종의 랜드마크로 아주 유용한 도구입니다.

2. 뇌의 진화

지금 우리가 가진 복잡한 인간의 뇌는 수억 년에 걸쳐 진화한 결과입니다. 가장 초기의 뇌는 단순한 신경 집합체에 불과했지만, 점점 더 정교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변화해 왔습니다.

2-1) 초기 척추동물의 뇌: 생존을 위한 기본 기능

약 5억 년 전, 가장 원시적인 척추동물은 오늘날의 창고기(lancelet)처럼 단순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으며, 이 구조는 지금도 모든 척추동물의 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전뇌(Forebrain): 후각을 감지하고 기본적인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
  • 중뇌(Midbrain): 시각 및 청각 정보를 분석하고 반응을 조절
  • 후뇌(Hindbrain): 균형 유지와 생명 유지 기능(예: 심장박동, 호흡 조절) 담당

이 단계에서는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능들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림 5. 진화하는 뇌 (by Walter Holbrook Gaskell, 변형). COR STRIAT 선조체, CB 소뇌, PT 뇌하수체, PN 송과체, I 후신경, II 시신경

2-2) 어류와 양서류: 감각과 운동 능력 향상

어류와 양서류의 뇌에서는 중뇌와 후뇌가 더욱 발달하면서 환경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특히 소뇌(cerebellum)가 커지면서 운동 조절과 균형 감각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 후각망울(Olfactory bulbs)이 확장되어 후각을 이용한 먹이 탐색 능력이 향상됨
  • 시각 정보 처리 능력 증가, 눈으로 본 장면을 더 빠르게 해석할 수 있도록 발달
  • 운동 조절 기능 강화, 더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해짐

이 시기 뇌의 주요 변화는 먹이를 찾고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는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2-3) 파충류와 초기 포유류: 학습과 기억의 시작

파충류와 초기 포유류 단계에서는 뇌의 크기가 커지기 시작했고, 특히 대뇌(cerebrum)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해마(hippocampus)가 발달하면서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 대뇌피질(Cerebral cortex) 확장 → 더 복잡한 행동과 문제 해결 가능
  • 변연계(Limbic system) 발달 → 감정 및 사회적 행동 조절 기능 강화
  • 학습 능력 향상 → 경험을 통해 생존 확률 증가

이러한 변화 덕분에 초기 포유류는 포식자를 피하고 더 나은 서식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4) 영장류와 인간: 고등 인지 기능의 탄생

약 2억 년 전부터 영장류의 뇌가 급격히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대뇌피질이 확장되면서 도구 사용, 언어, 추상적 사고와 같은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이 가능해졌습니다.

  • 전두엽(Frontal lobe)의 급격한 성장 → 계획, 판단, 문제 해결 능력 향상
  • 언어 능력 발달 → 협력과 사회적 의사소통 증가
  • 사회적 뇌(Social brain) 가설 → 더 크고 복잡한 사회 집단을 관리하는 능력 증가

특히 인간은 대뇌피질의 표면적을 늘리기 위해 주름을 많이 가지는 특징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같은 두개골 크기에서도 더 많은 뉴런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단순한 동물부터 인간까지 뇌의 진화는 단순히 크기가 커진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정보 처리를 가능하게 만든 과정입니다. 특히 인간은 언어와 사회적 협력을 통해 지식을 세대 간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과학과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3. 마치며

뇌과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을 위한 시리즈 첫번째로 뇌의 전반적인 구조와 뇌의 진화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신경망과 신경회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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