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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경로와 신경회로, 뇌도 일을 잘 하려면 도로사업부터!

인간의 뇌는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가 복잡하게 상호연결 되어 있습니다. 신경세포의 연결로 형성된 신경경로와 신경회로는 뇌 기능의 기초를 형성하여 전기신호 전달과 정보처리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 글에서 우리는 복잡하고 놀라운 신경경로 및 회로에 대해 알아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인지과정을 촉진하는 신경경로와 신경회로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그 중요성을 탐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경회로
출처: Pexels (Photo by Tima Miroshnichenko)

1. 신경경로와 신경회로

신경계에서 인지/행동 기능의 기본적 단위로 볼 수 있는 신경경로 및 신경회로는 서로 다른 기능적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된 복잡한 네트워크입니다. 엄밀히 따져 신경경로와 신경회로는 서로 다른 정의를 갖고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크게 차이를 두지 않고 신체 내외의 자극이 신경계를 통해 전달되며 처리되어 정보를 얻게 되는 일련의 생물학적 구조물로 언급하겠습니다. 이러한 경로와 회로는 인간이 주변세계를 지각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자극에 반응하는 모든 능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입니다. 신경 경로와 회로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것은 뇌 작동의 복잡성과 다양한 신체 기능을 제어하는 뇌의 역할을 밝히는 데 필수적입니다.

신경경로와 회로는 신경세포, 시냅스, 감각입력, 통합, 운동출력 등으로 간추려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각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신경세포는 전기 및 화학적 신호를 전달하는 세포이며, 시냅스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신경세포 간의 통신지점입니다. 회로의 시작점인 감각입력기에는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특수한 수용체로 감각을 받아들이고, 중추신경계 내의 통합센터는 이러한 감각자극을 처리하고 평가하며, 이를 토대로 운동 신경세포는 근육이나 땀샘 등에 신호를 전달하여 신체의 반응을 지시합니다.

2. 신경회로의 종류와 기능

이 파트는 해부학적 성격이 강하기에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좀 더 깊게 공부를 원하시는 분들이 관심을 갖고 읽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영역에 관한 영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함께 기입하였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2.1. 반사회로

반사회로는 신체 보호에 관한 메커니즘으로 매우 단순하고 빠른 비자발적인 신경회로입니다. 반사회로는 뜨거운 표면을 만지거나 날카로운 물체에서 손을 빼는 등 유해한 자극에 신체가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경로는 감각수용체(예: 피부의 통증 수용체)가 유해한 자극을 감지하여 감각신경세포가 이 정보를 척수로 전송하며 시작됩니다. 척수는 이 신호를 처리하여 운동신경세포로 빠른 운동반응을 보내 근육을 수축시켜 신체 부위를 위험으로부터 멀리 이동시킵니다. 이러한 반사 신호는 뇌를 거치지 않고 척수 수준에서 빠르게 처리되기 때문에 우리가 인지하기 전에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2.2. 시각경로

시각 경로는 빛 정보를 받아들여 물체의 모양, 색, 움직임 등의 정보를 추출하여 주변환경의 시각적 정보를 통해 상황을 해석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경로는 눈의 망막에 있는 광수용체 세포(cons and rods)가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며 시작됩니다. 이러한 신호는 양극성세포(bipolar cells), 신경절세포(ganglion cells), 그리고 시신경(optic nerve)의 단계를 통해 망막 이후 단계인 뇌로 전달됩니다. 뇌에서는 다시 시교차(optic chiasm)를 통해 시상(thalams)의 외측슬상핵(lateral geniculate nucleus)이나 폐핵(pulvinar neucleus), 중뇌 상구(superior colliculus)로 빛 정보가 전달되어 각 영역에 따라 특수한 정보를 추출하게 됩니다. 이중에서 시상의 외측슬상핵을 통한 정보는 후두엽의 시각피질로 전달되어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시각정보로의 첫번째 변환이 이루어집니다.

2.3. 해마회로

해마(hippocampus)회로는 기억형성과 공간탐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회로의 가장 중요한 영역들로는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 치상회(dentate gyrus), CA3 영역 및 CA1 영역이며 사실 이 외에도 여러 영역을 포함합니다. 기억이 형성되는 동안 감각정보는 처음에 내후각피질에서 처리된 다음 치상회를 거쳐 CA3 영역으로 전달됩니다. 이후 CA3 영역의 정보는 CA1 영역으로 전달되며 이 영역은 기억을 통합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회로를 통해 사실이나 사건과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억을 저장하고 인출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해마가 기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동원 되는 회로 구성에는 훨씬 더 많은 뇌 영역이 포함되나 이 이상을 다루기 시작하면 해마에 대해서만 글을 하나 쓰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가 되면 그 글로 다시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4. 기저핵 회로

기저핵(basal ganglia) 회로는 운동 제어와 비언어적 기억인 절차적 기억을 조절하여 원활하고 조화로운 움직임을 가능하도록 해줍니다. 이 회로의 주요 구조에는 미상핵(caudate nucleus)과 피각(putament)으로 구성된 선조체(striatum), 담창구(globus pallidus), 흑질(substantia nigra) 등이 있습니다. 기저핵 회로에는 움직임의 시작을 촉진하는 직접경로와 불필요하거나 원치 않는 움직임을 억제하는 간접경로의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이 두 경로는 함께 작용하여 근육에 전달되는 운동 명령을 미세 조정합니다.

해마 회로와 마찬가지로 기저핵 회로의 구성을 일일이 다 설명하면 그 자체로 하나의 글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이상 깊게 다루지 않겠습니다만 이 기저핵 회로에서 도파민의 역할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하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한 흑질이라는 영역은 도파민이 분비되는 영역입니다. 이 흑질은 흑질선조체경로(nigrostriatal pathway)를 통해 선조체 영역으로 도파민을 분비합니다. 도파민 분비의 결과로 인간의 운동기능, 특히 의지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을 조절해줍니다.

2.5. 변연계 회로

변연계 회로는 감정, 동기, 그리고 기억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편도체, 전전두엽 피질, 해마 등의 부위가 포함됩니다. 편도체는 감정과 감정적 기억, 특히 공포를 처리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편도체는 전전두엽 피질 및 해마와 연결되어 감정 반응을 조절하고, 감정 기억을 저장하며, 감정 단서에 따라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합니다.

사실 이 변연계 회로에서 처리되는 인지행동적 현상과 신경생물학적 요인 간 관련성은 아직까지도 밝혀내기 위해 활발한 연구 중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회로는 감정이나 일화적 기억과 연관이 많은데 이러한 개념들을 신경생물학의 미세한 단위에서 탐구할 수 있는 동물 연구에서는 구현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감정과 감정기억, 감정조절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연구는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으니 조만간 그 비밀을 밝힐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6. 보상회로

보상회로는 동기, 즐거움, 보상 자극에 대한 뇌 반응에 관여합니다. 여기에는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과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복측피개영역은 음식, 사회적 상호작용, 약물과 같은 경험에 따라 도파민을 측좌핵 영역으로 방출합니다. 도파민 방출의 결과로 해당 행동이 강화되어 중독이나 동기 부여에 영향을 끼칩니다.

2.7. 언어회로

언어회로는 말 그대로 언어의 이해와 언어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회로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는 언어 음성을 생성하는 브로카 영역과 언어 이해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과 같은 영역이 포함됩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영역이 있지만 이 두 영역이 언어회로의 가장 기본이 됩니다. 이 두 영역은 궁상다발(arcuate fasciculus)로 연결되어 있어 뇌가 말소리나 글로 작성된 언어를 처리하여 언어를 이해하고 언어적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해줍니다.

3. 신경경로와 신경회로 매핑하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및 확산텐서영상(DTI)과 같은 영상 기술로 살아있는 뇌의 신경경로와 신경회로를 시각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fMRI는 기능적 연결성을, DTI는 구조적 연결성을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각 기술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더 깊게 다루었으므로 아래의 링크를 통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신경경로와 신경회로는 뇌 기능의 기초를 형성하여 신경세포의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정보를 처리하며 다양한 인지과정을 만들어냅니다.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함으로써 뇌의 작동 방식과 신경학적 장애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더욱이 신경경로에 대한 이해가 발전함에 따라 특정 회로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접근 및 개입을 위한 길을 열어 신경학적 장애를 가진 개인에게 희망을 제공하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합니다. 궁극적으로 신경경로와 회로의 탐구는 뇌의 신비를 풀고 인지적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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