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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교세포로 강박장애와 불안을 치료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신경교세포 내 특정 분자 신호가 유전적 이유에 의해 발생한 강박장애불안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신경교세포성상교세포를 중점적으로 다루어 신경세포 외의 신경계 내 다른 종류의 세포가 정신병리(강박장애불안)의 원인이자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강박장애

논문 제목: 성상교세포의 Gi-GPCR (억제성 G-단백질 연결 수용체) 신호가 Sapap3 유전자 결여 쥐에서 강박적 털고르기와 불안 관련 행동을 교정한다 (원문: Astrocyte Gi-GPCR signaling corrects compulsive-like grooming and anxiety-related behaviors in Sapap3 knockout mice)

본문 링크: https://doi.org/10.1016/j.neuron.2024.07.019

1. 무엇이 궁금한가?

이 연구는 크게 세 가지 기존의 알고 있던 지식을 인용합니다.

  1. 성상교세포는 강박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정신질환에 관련되어 있다.
  2. 뇌 기저핵(basal ganglia)과 선조체(striatum)는 강박장애와 관련된 주요 뇌 부위이다.
  3. 성상교세포는 기저핵/선조체 신경회로에 영향을 준다.
[뇌 과학 용어]

(1) 뇌 기저핵/선조체: 기저핵은 뇌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른 구조와의 관련성을 보자면 피질 바로 아래쪽 '기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선조체는 이러한 기저핵을 이루는 영역 중 하나인데요. 그 모양이 선(줄)모양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 선조체의 기능은 운동, 보상 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2) 성상교세포: 별 모양을 가진 신경계 내 세포로 신경세포(뉴런)의 정보전달 과정에 개입하거나 신경계 내 환경을 유지 및 조절해주는 세포입니다.

이를 토대로 이 연구에서는 ‘성상교세포에 관한 어떠한 분자적 조절이 강박장애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라는 구체적인 과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2. 무엇을 발견했는가?

2.1. 이 연구의 논리적 근거

먼저 연구진(UCLA의 Khakh 교수 연구진)은 이미 공유되고 있는 성상교세포 관련 데이터와 기존 연구 결과들을 모아 정신질환, 특히 강박장애와 관련해 성상교세포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1) 가장 먼저 연구진은 성상교세포의 형태를 결정해주는 유전자가 정신질환을 포함한 중추신경계 질환과 큰 관련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2) 또한 뇌 기저핵/선조체와 관련이 큰 강박장애와 헌팅턴병에 원인이 되거나 관련이 있는 유전자가 성상교세포와 맞아 떨어진다는 점을 밝힙니다.

(3) 마지막으로 헌팅턴병을 모사하는 쥐 모델들과 강박적 행동을 보이는 Sapap3 유전자 결여 쥐 모델에서 성상교세포의 형태가 위축되어 있는 것을 소개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유전자들이 Sapap3 유전자 결손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지 확인해본 결과 세포 형태 관련된 유전자와 세포의 억제성 신호와 관련된 유전자(구체적으로, 억제성 G-단백질 연결 수용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2. 성상교세포의 억제성 신호 강화에 따른 변화

위의 결과를 종합하여 연구진은 Sapap3 결여 쥐에서 보이는 위축된 성상교세포와 강박적 행동을 정상 쥐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성상교세포의 억제성 신호를 인위적으로 조절했으며, 그 결과 눈에 띌 정도로 강박적 행동 불안 행동이 감소하는 동시에 위축된 성상교세포의 형태도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양상을 확인하였습니다.

2.3. 유전자 결손 모델에 대한 활성 조절의 치료적 함의

여기서 기억하셔야할 점은 실험 쥐의 유전자가 태어날 때부터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이 쥐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선 결여된 유전자를 조기에 복구해주거나 관련 단백질들을 직접 넣어줘야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연구진은 다른 접근법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저 성상교세포의 활성을 조절해주는 것만으로 유전자 결여에 의한 행동과 세포 변화를 원래대로 복구했다, 즉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2.4. 성상교세포의 억제성 신호 조절에 따른 이차적 효과

그렇다면 성상교세포 대상으로 억제성 신호를 조절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1) 주위 신경세포의 활성 변화와 (2) 분자 기전에 대해 추가적으로 탐색했습니다.

먼저 확인하기로 Sapap3가 결여되면 기저핵/선조체와 뇌 피질 영역의 신경세포 활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있습니다. 활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일견 ‘더 많은 활동을 하니 좋은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높은 활성은 뇌 신호가 교란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아가 과도한 활성은 오히려 신경세포를 파괴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높아진 신경 활성은 성상교세포의 억제 신호를 높여줌으로써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다음으로 Sapap3가 결여에 따라 달라지는 다른 분자로 209개를 찾았으며 이 중 43개가 성상교세포의 억제 신호를 높여줌으로써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43개 분자의 기능들을 살펴보면 주로 (a) 뇌 환경의 이온(Na+) 항상성을 조절해주거나 (b) 단백질을 변형시키는 기능, 그리고 (c) 세포 내 이온 항상성을 조절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를 종합하자면, Sapap3 결손은 뇌 환경의 전반적인 항상성을 무너뜨리며, 이는 신경세포의 과활성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강박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5. 인간 적용 가능성에 관한 분석

지금까지의 발견은 쥐 모델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의 발견들을 사람에게 직접 적용시킬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확답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자신들의 발견이 어떻게 인간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인간 강박장애 환자로부터 추출한 분자 데이터와 자신들의 데이터를 비교합니다. 그 결과 몇 가지 확인해볼 가치가 있는 십수개의 분자들을 확인했으며, 그 중 인간 뇌 기저핵/선조체 영역의 성상교세포에서 억제성 신호를 일으킬 수 있는 분자인 GRM3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3. 어떤 의미를 주는가?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강박장애 치료를 위한 조금은 색다른 접근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정신장애의 원인과 치료를 생각할 때 우리는 신경세포의 틀 안에서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예로 어떤 신경세포가 어떻게 변화되어있는지, 특정 약물이 신경세포 활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등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를 통해 강박장애, 그리고 나아가 정신질환에 관한 치료 접근으로 성상교세포를 상정해야 함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정신장애 연구에서 신경세포의 틀을 넓혀 신경교세포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인간 질환을 연구하는데 좀 더 심도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임을 알게 해줍니다.

4. 요약하자면

해당 연구는 강박장애와 관련된 유전자인 Sapap3가 결여된 경우 강박적이고 불안한 행동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인지행동적 변화가 성상교세포의 억제성 신호를 높여주면 정상인의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이는 성상교세포의 기능인 뇌 환경의 항상성 조절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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