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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노산이 진짜 자폐증 위험을 높일까? 최신 연구로 알아보는 진실

노산과 자폐아 출산 간 관계는 오랫동안 대중과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져온 주제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노산이 자녀의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지만, 연령 자체가 주요한 원인인지, 아니면 노산과 관련된 특정 요인이 자폐증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노산과 자녀의 자폐증 위험 간의 관계에 대해 (1) 유전적 요인(2) 환경적 요인, 그리고 (3) 노산을 선택하는 여성들의 특성이 자녀의 자폐적 성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최신 연구 논문들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간단 요약>

35세 이상의 출산을 노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노산은 태아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노산에는 수 많은 다른 생체학적 변화가 뒤따릅니다. 여기에는 유전적 요인과 함께 시험관 아기와 같은 기술 사용, 비만, 염증, 스트레스 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요인이 직접적으로 노산에 따른 위험성을 높이는지 살펴보아야 하며, 그러한 요인은 나이와 무관하게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1. 노산과 자폐증

일반적으로 노산은 35세 이후 출산으로 정의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수행된 역학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출산 나이 증가는 자폐증 발병과 분명한 관련성이 있어 보입니다. 여성 출산 나이 10년 증가에 따라 자폐증은 약 1.31배 (Croen 등, 2007)와 약 1.18배 (Wu 등, 2016) 높아지며, 노산(35세 이상)의 경우 25-39세에 비해 1.3배 (Durkin 등 2008), 1.52배 (Sandin 등, 2012), 1.41배 (Wu 등, 2016), 1,31배 (김종엽 등, 2019),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1.2배 (유수진 등, 2024)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 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노산이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반대로 “산모 건강을 생각했을 때 가장 적절한 출산 나이는 30대 초의 나이 (유수진 등, 2024)”라고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단순히 출산 나이에 집중하기보다 출산 나이가 자폐증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것이 자녀의 자폐증을 본질적으로 예방하고 산모의 건강을 지키는 일입니다.

2. 노산에 따른 유전적 요인

자폐증은 유전적 영향이 매우 큽니다. 그러므로 노산에 따른 자폐아 출산 위험 증가는 유전과 일련의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Qui 등, 2022)에 따르면 자폐증에 관한 12개의 후보 유전자를 보고했으며, 앞으로도 더 정밀한 연구를 통해 후보 유전자들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 자폐는 모계 유전일까? 부계 유전일까? 자폐 유전에 대한 진실은?

2-1. 드 노보(de novo) 유전적 돌연변이

여성의 난자는 나이가 들수록 돌연변이가 축적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엄마의 고유한 유전적 특성이 전달된 것이 아니라, 새롭게(de novo) 발생된 유전적 특성이 전달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엄마의 나이가 많을 수록 보통 아빠의 나이도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노화에 따른 돌연변이가 엄마에게서 비롯된 건지 아빠에게서 비롯된건지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한 연구(Lee & McGrath, 2015)는 난자와 정자 모두 돌연변이가 생기고 이것이 자폐증에 영향을 주지만 3:1의 비율로 정자의 관련성이 더 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념해야할 점은 애초에 드 노보 돌연변이가 자폐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서 아직 논쟁 중이라는 것입니다 (Lee & McGrath, 2015).연구에 따르면 자폐증의 5-10% 정도만 드 노보 돌연변이로 설명되는 결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노화가 정자와 난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 사실이긴 하나 이것이 자폐증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결론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2-2. 후성유전학적 변화

후성유전학적(Epigenetic)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후성유전학이란 유전자 자체의 변이가 아닌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관한 논의입니다. 노산에서는 후성유전학적으로 태아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신경 발달 장애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성유전학적 요인도 아빠는 예외가 아닙니다.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에 대해서는 꽤나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흡연, 식습관, 스트레스, 호르몬 교란, 활성산소 등이 생식세포 내 후성유전학적 영향을 줍니다 (Breton 등, 2021). 그러므로 노화 자체가 문제인지, 아니면 일생 중 노출되는 자극에 의한 것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 노산과 흔히 동반하는 유전 외 요인

3-1. 보조생식기술(ART)의 영향

보조생식기술이란 시험관 아기 등 자연 임신이 아닌 인공 임신을 의미합니다. 노산의 경우 이러한 인공 임신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보조생식기술은 자폐증 위험도를 약 1.35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iu 등, 2017). 그 중에서도 특히 정자직접주입술은 자폐증 위험도를 상당히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Sandin 등, 2013).

3-2. 임신성 당뇨 및 비만

임신성 당뇨란 기존에 당뇨병을 앓고 있지 않다가 임신 후 혈당 수치가 오르고 출산과 함께 증상이 사라지는 질병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임신성 당뇨는 노산의 경우 더 잦게 일어납니다 (McIntyre 등, 2019).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임신성 당뇨를 겪은 여성의 자녀에서 자폐증 발병위험이 약 1.31 배 증가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Garza-Martinez 등, 2025).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노산이 문제인가? 산모의 당뇨병이 문제인가?

연구에 따르면 임신 전 당뇨병을 앓고 있던 산모에게도 출산아의 자폐증 발병 위험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선천성 당뇨(1형 당뇨병)가 아닌 후천성 당뇨(2형 당뇨병)의 경우 자폐증 발병 위험을 1.48배 높입니다 (Garza-Martinez 등, 2025).

후천성 당뇨는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비만의 경우에도 자폐증 유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Denizli 등, 2022; Sanchez 등, 2017). 또한 비만과 가장 흔하게 동반하는 고혈압의 경우에도 태아의 자폐증 유병률을 약 1.37-1.48배 높입니다 (김종엽 등, 2019). 이러한 비만은 여성(출산 이전)이 나이 들며 더 흔하게 관찰됩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2020).

그러므로 태아의 자폐증적 성향이 단순히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혈당, 체지방, 그리고 관련 증상 등에 따른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3. 산모의 면역반응

노산에서는 염증 반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Moglienko 등, 2021; Curry 등, 2008),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면역 관련 분자들이 자폐증 발병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염증 반응이 증가하는 것을 ‘염증노화(inflammaging)’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한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와 무관하게 체내 염증 수치가 전반적으로 상승된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와 함께 비만 또한 염증 수치를 높이는 매우 잘 알려진 요인입니다 (Rohm 등, 2022; Khanna 등, 2022).

구체적으로 염증을 일으키는 체내 인자를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라 부릅니다. 이러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나이와 무관하게 자폐증 출산을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Gialloreti 등, 2019; Carter 등, 2021).

그러므로 노화 자체가 자폐증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이에 동반하는 체내 염증성 물질의 증가가 요인인지 면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태아의 건강을 위해 연령과 상관 없이 체내 염증을 줄이는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4. 노산을 선택하는 여성의 심리사회적 특성

4-1.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

학업과 경력을 중요시하는 여성은 출산을 늦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학력-고소득이 자폐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신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의 여성일수록 자녀에 대해 더 기민하고 자폐증에 대한 지식이 더 많아 ‘높은 진단율’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Sun 등, 2014).

구체적으로 한 연구에서는 자폐증 관련 연구에 응답한 주양육자 약 3,300명 중 절반 가까이 관리직 또는 전문직 종사자였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아질 수록 응답 비율은 급격하게 감소하였습니다 (Baron-Cohen 등, 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폐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는 꾸준히 있는 편입니다 (Yu 등, 2020). 그러므로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 이면에 관련된 요인으로 무엇이 있는지 추후 연구에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4-2. 정신과적 문제: 기분장애 및 스트레스

노산의 경우 더 높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보고합니다 (Tearne 등, 2016; Muraca & Joseph, 2014). 또한 산모의 우울과 불안은 자폐증 유병률과 높은 관련성을 보입니다 (Wiggins 등, 2019). 그러므로 태아의 자폐증과 노산과의 관련성은 기분장애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해석할 때 기분장애 자체가 문제인지, 기분장애 치료를 위한 약물의 효과인지 확인을 해야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폐증 위험도가 기분장애 자체의 영향인지 아니면 항우울제 복용에 따른 것인지 아직까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김종엽 등, 2019; Hagberg 등, 2018).

다만 항우울제 복용 자체는 자폐아 출산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다는 결과(Hagberg 등, 2018)와 임신 전 항우울제 노출에서도 자폐증 위험도를 높인다는 점 (Morales 등, 2018)을 고려해봤을 때, 항우울제 노출 자체 보다는 산모의 기분장애가 태아의 자폐증적 성향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Mezzacappa 등, 2017).

기분장애 뿐 아니라 스트레스도 자폐증 위험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Abdi 등, 2016; Abdelrazek & Rice, 2021). 이러한 스트레스에는 부정적인 사건들 (예: 인생 목표 달성 좌절, 부채, 부부갈등, 시부모 갈등 등) 뿐 아니라 긍정적인 사건들(예: 직업적 성취, 새로운 공부 시작 또는 수료, 교육 및 주거의 변화, 여름 휴가)도 포함됩니다 (Abdi 등, 2016).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높아지는 연령에 따라 직업적-사회문화적 요인에 따른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기분장애에 더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의 영향을 고려해볼 수 있으며, 이러한 사항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연령과 무관하게 태아의 자폐증적 성향을 줄일 수 있는 전략으로 생각됩니다.

마치며: 노산과 자폐증, 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

노산과 자폐증

노산과 자폐증 간의 관계를 논의할 때, 단순히 “나이가 많을수록 자폐아 출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인과적 해석을 경계해야 합니다. 연구들은 노산 자체가 아닌, 노산과 함께 증가하는 다양한 생물학적·환경적 요인들이 자폐증 위험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노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적 돌연변이나 후성유전학적 변화뿐만 아니라, 노산과 동반되는 임신성 당뇨, 비만, 면역반응 변화, 사회경제적 특성, 스트레스 등이 자폐증 위험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출산 연령을 낮추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노산 여부와 관계없이 건강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는 출산 연령 자체보다, 노산과 함께 동반되는 생물학적·환경적 요인들이 실제로 어떤 기전을 통해 자폐증 위험을 증가시키는지 보다 정밀하게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임신 전후의 건강관리와 환경조절이 출산과 태아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노산 때문에 고민하는 예비 부모들은 연령 자체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자신과 아이의 건강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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