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성적 행동은 타고나며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논문 요약문의 첫 문장입니다. 본 논문에서는 성적 행동이 왜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는 지에 관한 뇌과학적 실체를 탐구하며 나아가 이상성욕에 대한 뇌과학적 힌트를 제공해줍니다.
논문 제목: 남성의 성적 행동과 보상에 관한 신경회로 (원문: A neural circuit for male sexual behavior and reward)
본문 링크: https://doi.org/10.1016/j.cell.2023.07.021
1. 무엇이 궁금한가?
연구자들은 다음의 사실들을 나열하여 연구를 진행하게 된 동기를 설명합니다.
- 짝짓기 행동은 사전 경험 없이 이뤄지는 타고난 행동이며 이와 관련된 신경 회로가 뇌 안에 있다.
- 화학적 감각 신호는 성적 행동을 유발하며 그 중에서도 BNST 영역의 신경세포는 성별을 구분하며 성적 행동을 유발시킨다.
- 이 외에도 시상하부에 위치한 POA 영역의 신경세포도 성적 행동과 관련이 되어 있다.
- 보상과 관련된 도파민 신경 회로는 성욕과 관련되어 있다.
[뇌 해부 용어]
(1) BNST: Bed Nucleus of Stria Terminalis의 약자로 공포/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편도체(Amygdala)의 연장된 구조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2) POA: PreOptic Area의 약자로 시상하부의 일부 영역이며 성호르몬 생성을 촉진하는 gonadotropin-releasing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행동으로는 양육행동과 성행동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종합하여 “성욕 및 성행위 관련 뇌 영역들이 어떻게 회로로 연결되어 성욕과 성행위를 일으키며, 그리고 이 신경 회로가 어떻게 자연적으로 발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2. 무엇을 발견했는가?
2.1. BNST 영역의 특정 신경 세포가 여성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다.
BNST 영역 신경세포를 측정하며 수컷 쥐와 암컷 쥐를 마주하게 했을 때 이전에 성경험이 없더라도 암컷 쥐를 마주했을 때에만 활성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수컷 쥐와 암컷 쥐의 냄새(소변 냄새)를 맡게 하며 세포 하나하나를 관찰한 결과 암컷에만또는 암컷 및 수컷 모두에 반응하는 세포의 갯수가 많이 관찰된 반면, 수컷에만 반응하는 세포의 수가 현저하게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수컷 쥐가 수컷 쥐를 만났을 때 이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어떻게 될까요? 실험 결과 수컷 쥐를 만났을 때 BNST의 이 특정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상대가 수컷 쥐임에도 불구하고 성적 행동을 보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암컷 쥐를 만났을 때 이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더 많은 성적 행동을 보일까요? 결과는 그렇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BNST 자극 성적 행동이 유발되기 이전 단계인 성별 구분과 더 관련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BNST의 신경세포는 여성을 마주 했을 때 더 많이 활성화 되어 남성-여성을 구분하게 해줍니다. 그러므로 남성을 마주 했을 때 이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마치 여성에게 하듯 성적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영역을 자극하는 것이 즉각적인 성행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BNST는 성적 행동과 관련된 직접적인 뇌 영역은 아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2.2 BNST에서 POA로 연결된 신경세포가 성적 행동을 유발시키다.
그렇다면 BNST의 신호가 어디로 전달 되기에 성 행동을 유발시킬까요?
먼저 해부학적으로 확인한 결과 BNST에서 POA 영역으로 신경세포가 연결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회로를 활성화 했을 때에도 성 행위가 증가하는지 확인해 봐야겠죠? 회로를 활성화 시킨 결과 앞서 보였던 것처럼 “수컷” 쥐에 대한 성 행위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 회로를 억제하면 암컷 쥐에 대한 성 행동이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연구진이 이 회로를 억제한 결과 실제로 암컷 쥐에 관한 성 행동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3. POA 신경세포 자극이 무차별적이고 즉각적인 이상성욕을 유발시키다.
위의 실험들을 통해 도출될 수 있는 가설은 BNST의 정보를 전달 받은 POA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성적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POA의 신경세포만을 자극 해보았는데요. 그 결과 상대가 수컷이든 암컷이든 POA 신경세포를 자극하자마자 곧 바로 성 행위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연구진은 POA 신경세포가 성적 충동과 행동 자체를 유발 시킬 수 있다면, 생물이 아닌 무생물에게도 성적 행동을 유발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그렇게 실험을 진행해 본 결과 쥐의 하체를 모사한 물건이나, 장난감 쥐에게도 POA 신경세포를 자극 하자마자 성적 행동, 즉 이상성욕이 유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쥐의 생김새와 너무 다른 물건에 대해서는 성 행위가 유발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뇌 활성만으로 물건에까지 성 행위를 일으키는 모습은 꽤나 충격적으로 흥미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2.4. POA 신경세포 자극만으로 성적 만족감을 주다.
성 행동은 심리적 보상, 즉 만족감과 연관이 크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구진은 성 행위를 유발시킨 POA 신경 세포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재미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요. 보통 수컷 쥐의 경우 한 번 극치에 이르고 난 뒤 꽤 오랫동안(약 5일) 성행위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가 충분한 식사나 수면, 혹은 즐거운 행동을 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자 하는 동기가 유발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즉 성적 극치감 이후 한동안은 다시 성적 동기가 유발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수컷 쥐에게 성적 극치감에 이른 직후 POA 신경세포를 자극하더라도 다시 성적 충동과 행동이 유발될 수 있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자극을 받은 수컷 쥐는 극치감에 이른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사정에 이르는 정도의 성 행위를 반복하였습니다.
2.5. POA 신경세포는 도파민 관련 영역을 활성화 시킨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POA 영역은 어떻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만족감 혹은 보상은 도파민 중추의 활성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확인해본 결과 POA 영역은 도파민 분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VTA라는 영역과 연결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VTA로 연결되는 POA 신경세포를 특이적으로 활성화한 결과 앞서 관찰 됐던 성적 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자면 도파민이 보상, 중독, 만족감을 일으키기 위해서 필요한 신경 회로(VTA – NAc)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연구진은 POA에 의해 활성화된 VTA가 그 다음 뇌 영역인 NAc 영역을 활성화 시키는지까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연구진이 예상한바대로 NAc 영역까지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3. 어떤 의미를 주는가?
이 연구는 타고난 성적 충동과 성행위에 관한 뇌신경 회로를 밝혔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나아가 성행위가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직관적인 앎을 실제 뇌신경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남깁니다.
이 연구에서 발견한 것을 확장하여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작용하는 뇌신경회로를 생각해보자면 외부 신호를 받아들여 구분하는 뇌 영역이 있고, 구분한 이후에 행동 동기를 유발하는 뇌 영역이 있으며, 그 뇌 영역이 실질적으로 기존에 알려진 운동 영역(본 글에서 다루진 않았지만 실제 연구 논문에서는 PAG라는 영역에서 확인했습니다.)과 보상 영역에 관여하여 사회적 동기와 행동을 실질적으로 유발시킬 수 있는 신경학적 실체를 발견했다는 것에도 의의가 있습니다.
4. 요약하자면
성적 동기와 행동을 유발하는 신경 회로로서 AOB(후각 중추로서 실제 논문에선 다뤄짐) – BNST – POA – VTA/PAG – NAc를 발견하였고 검증하였습니다. 특히 BNST는 성별을 구분하고, POA는 행동과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중계적 역할을 하며 VTA-NAc는 성욕을, PAG는 실제 성적 행동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