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뇌과학 대학원 입시 글에서는 자기소개서 작성까지 다루어 보았습니다. (참고: 대학원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 (1) (Feat. 서울대학교 대학원)) 이번 글에서는 뇌과학 대학원 입시를 위한 학업계획서 부분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말을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학원 입시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는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앞서 잘 적었다면, 학업계획서를 위한 주제는 이미 예측이 가능한 범주에 있을 것입니다.저번 자기소개서와 마찬가지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입시 서류를 중심으로 가상의 예시와 함께 학업계획서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른 학교의 뇌과학 관련 학과/전공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고 싶다면?
- 국내 뇌과학 전공 대학교 및 순위, 뇌과학 배우려면 어디로?

(출처: 서울대학교 입학본부 일반대학원 공지 및 서식)
3. 학업계획 작성
- 연구계획의 수준은 질문의 수준이 결정한다.
- 좋은 질문이란, (1) 논리적이고 (2) 참신하며 (3) 해결 가능해야 한다.
- 학업계획서는 작성 방식이 정해져있다.
- 학업계획서: 연구제목-배경지식-문제제기-연구목적-가설설정-연구방법론-예상결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입시 학업계획서 부분은 (13) 석사․박사 진학시 희망 연구분야 및 연구계획, (14) 학부, 대학원 이수 전공과목 중 관심과목, (15) 석사․박사 이후의 계획(박사진학, 취업, 유학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연구분야 및 연구계획과 학위 이후의 계획은 다른 학교 대학원 입시 서류에서도 사용될 수 있으므로 이 두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3-1. 연구분야 및 연구계획 파트 1: 질문 만들기
연구분야 및 연구계획은 대학원 입시 서류에서 자신의 지적 전문성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연구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질문”입니다. 대학원 입시를 위해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대부분의 대학원 입시 지원자들은 그 분야에 있어 ‘꽤나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좋은 질문을 던지는 지원자는 굉장히 적습니다. 그럼 어떤게 좋은 질문일까요?
첫째로 연구를 위한 좋은 질문은 논리적(logical)인 문답 끝에 남겨진 질문이어야 합니다. 연구 맥락에서 논리적 문답이란 특정 현상과 기전에 관한 기존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가장 그럴듯한 답을 내는 과정을 의미 합니다. 비만과 섭식행동에 관한 얘기를 지난 글에서부터 이어왔으니, 이에 대한 문답을 예시로서 간단히 진행해보겠습니다.
(예시) 살은 왜 찔까요? 섭식행동을 중심으로 이해해보자면 필요 에너지를 넘어선 섭취 행동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에너지 필요량을 넘어 과섭식 행동이 유발되는 이유는 뭘까요? 진화적으로 에너지 축적은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에너지 축적에 관한 행동 경향성은 어떻게 발생하는걸까요? 무엇을 섭취했을 때 우리는 ‘기분 좋은’ 또는 ‘만족’하는 경험을 하는데, 이 감정적 경험은 생존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반복하도록 설계된 ‘보상 학습’의 기전을 따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배고픔)에서 섭취에 따른 ‘만족’ 경험이 직관적으로 이해 되는데, 에너지가 이미 충분한 상황(배고픔을 느끼지 않음)에서 일어나는 ‘만족’ 경험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체내 에너지 수준을 감지하여 식욕을 조절하는 시스템 외에 식욕을 조절할 수 있는 다른 시스템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한 시스템을 예측할 수 있는 현상으로 어떤 예가 있을까요?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배고프다.’와 같이 에너지 섭식에 따른 보상 시스템 활성화와 함께 연합된 감각적 정보가 섭식 욕구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신경과학적 기전을 밝힌 게 있나요?
이 예시를 통해 질문과 답변을 오고가며 점차 구체화 되는 것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이 예시에는 기존 연구에 관한 참고가 빠져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참고 문헌이 필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답변에 (1) 대안적 설명이 가능하거나 (2) 실제 관찰 결과를 통해 주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안적 설명의 예를 들자면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의 경우 우리는 어떤 음식이나 섭식 행동을 보았을 때 배가 고파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보기만 해도 배부른’ 현상을 관찰하여 보고한 연구 결과를 참고 문헌으로 제시하면 대안적 설명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실제 관찰 결과의 예로는 섭식 행동이 보상 학습의 기전을 따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논리적인 문답을 진행하다보면 언젠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제 그 질문을 나의 연구 주제로 가져갈지 결정 하셔야 합니다. 이를 위해 좋은 연구 질문이 되기 위한 두번째 조건인 참신함(novelty)을 평가 하셔야 합니다. 연구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생산되는 공정입니다. 그러나 생산된 지식이 이미 세상에 만연하다면 지식으로서 가치가 적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나의 질문이 참신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는 내 질문에 대한 (1) 답이 없거나 (2) 기존의 답변이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방대하고 심도 있는 공부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충분히 논리적이고 참신한 질문을 선택 하셨다면, 좋은 질문의 마지막 조건인 연구 방법론적 실현 가능성(feasibility)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의 논리적이고 참신한 질문은 결국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답을 찾기 위한 연구 방법론 및 자원이 존재하지 않거나 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고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답할 수 없는 질문은 연구 계획의 맥락에서 가치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요약하자면 좋은 질문은 논리적이고 참신해야하며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질문을 생성한 뒤에 이어질 구체적인 연구 계획은 그 질문을 풀어내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3-2. 연구분야 및 연구계획 파트 2: 연구계획서 작성
연구계획서는 적는 방법이 사실상 정해져 있는 글입니다. 연구계획서는 연구제목-배경지식-문제제기-연구목적-가설설정-연구방법론-예상결과의 구조를 갖습니다. 각 항목에 대해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가상의 예시를 작성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연구제목은 앞서 만들어낸 연구질문을 문장의 형태로 변형시키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앞선 예시의 마지막 질문은 ‘신경과학적 기전을 밝힌게 있나요?’였습니다. 이를 제목으로 바꾸어 ‘필요 이상의 섭식행동에서 발생하는 만족감에 관한 신경과학 기전 연구’가 되겠습니다.
배경 지식은 연구제목에서 제시하고 있는 변수들을 나누어 하나하나 설명하면 됩니다. 앞선 제목에서 ‘필요 이상의 섭식행동,’ ‘만족감에 관한 신경과학 기전‘의 변수가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섭식행동‘에 관한 배경지식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섭식 행동’과 ‘필요 수준’에 대해 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어 ‘만족감에 관한 신경과학 기전‘에 관해 먼저 ‘만족감’이 어떻게 정의 되는지 확인된 뒤 섭식에 따른 ‘만족감’과 어떤 신경과학적 기전이 관련되어 있는지 소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제제기는 배경 연구들을 검토한 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지점을 언급합니다. 이때 배경지식을 서술하며 자연스레 문제점으로 수렴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저는 ‘생리학적 배부름 외 섭식 행동 관련 보상적 만족 경험을 조절할 수 있는 뇌과학적 기전 연구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제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목적과 가설설정, 연구방법론, 예상결과는 한 덩어리로 제시됩니다. 연구목적에서 예상결과까지 이어지는 이 부분은 지원자가 문제 인식을 실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모든 연구 문제는 다단계로 나누어 해결되기 마련입니다.
저는 여기서 세 단계 연구목적을 제시하겠습니다. 이는 (1) ‘음식 관련 감각 정보에 따라 활성이 달라 지는 뇌 영역 확인,’ (2) ‘확인된 뇌 영역에서 보상적 행동을 조절하는 타겟 분자 확인,’ 그리고 (3) ‘확인된 분자 기전과 섭식 행동 간 인과 관계 확인‘입니다.
이에 따른 가설로 (1) ‘특정 공간과 음식 자극 사이의 연합 이후 그 공간은 뇌 시상하부 영역을 활성화한다,’ (2) 뇌 시상하부 활성은 글루카곤유사펩티드-1(GLP-1)에 의해 조절된다,’ (3) ‘뇌 시상하부의 GLP-1 신호 활성은 섭식 행동을 감소시킨다.’를 설정하였습니다. 이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론과 그에 따른 예상결과를 간략히 적어주시면 됩니다.
위와 같이 항목 별로 구조화를 시켜 놓은 뒤 글의 흐름을 고려하며 다음과 같은 글을 완성해보겠습니다.
(예시) <필요 이상의 섭식행동에서 발생하는 만족감에 관한 신경과학 기전 연구> 현대인의 질병인 비만은 대사적 문제 뿐 아니라 섭식행동 이상이라는 뇌인지과학적 문제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섭식 행동은 뇌의 ‘배고픔’ 신호를 통해 활성화 된 뒤 ‘배부름’ 신호에 의해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뇌의 ‘배부름’ 신호 이상은 무절제한 섭식행동으로 이어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당뇨병 치료제로 잘 알려진 ‘삭센다’는 글루카곤유사펩티드-1(GLP-1) 유사체로 섭식행동을 줄여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 결과가 관찰된 바 있습니다. 뇌와 GLP-1의 관련성으로 GLP-1 수용체는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나 측좌핵(nucleus accumbens), 복측피개부(ventral tegmental area) 등에 발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상하부는 배고픔과 배부름 신호를 처리하여 섭식행동 시작과 끝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삭센다’와 그 표적인 GLP-1 수용체가 시상하부 영역에서 어떤 기전을 통해 섭식행동을 조절 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먼저 실제 에너지 섭취와 무관한 외부 자극에 의해서도 배고픔-배부름과 관련된 시상하부 영역 활성화를 일으키는지 확인합니다. 이를 위해 약 24시간 음식을 제한한 생쥐와 음식을 특정 위치에 두어 생쥐가 음식이 놓인 위치를 기억하게 학습 시킵니다. 음식이 놓인 위치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여 학습 완성도를 평가합니다. 이후 시상하부에서 GLP-1 수용체가 발현되어 있는 세포를 특정한 뒤 그 세포활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섭식행동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먼저 생쥐 뇌 시상하부에 GLP-1 수용체를 발현하고 있는 세포에 칼슘 표지자를 발현시킨 뒤 광섬유를 삽입합니다. 이후 앞선 행동 실험을 시행하며 광량측정을 시도합니다. 이를 통해 실제 섭식 행동이 일어나기 직전, 또는 섭식 행동과 무관한 상황에서 시상하부의 신경 활성을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agonist)와 길항제(antagonist)를 처리하여 앞서 확인한 세포의 활성과 섭식행동의 변화를 확인합니다. 앞서 시행한 동일한 실험에서 ‘삭센다’를 포함한 GLP-1 수용체의 작용제와 길항제를 복강 주사하여 시상하부의 활성과 함께 행동 변화를 확인합니다. 그 결과 ‘삭센다’를 포함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시상하부의 활성을 높이는 동시에 섭식 행동은 감소할 것이며 길항제는 그 반대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3-3. 학위 이후 계획 작성
서울대학교 입시 서류는 자기소개와 학업계획 부분에 각기 다른 계획 작성란을 갖고 있어 따로 작성해야 합니다. 이때 학위 이후 계획은 구체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으로 채워주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유념할 점은 학위는 연구계획을 수행한 뒤 얻어진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연구와 관련된 지식을 함양 하셨을거구요. 해당 분야의 방법론도 익히셨을겁니다. 게다가 성공적인 연구를 수행했으니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논문도 있을 것입니다. 그 결과 학위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인정 받아 그 끝에 학위라는 자격이 주어졌을 것입니다. 그 상황 속에서 어떤 계획을 세울 것인지 생각해보면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실 수 있을 것입니다.
4. 최종안 확정
지금까지 저희는 대학원 입시 서류 초안을 작성한 것입니다. 이후 더 좋은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 일정 기간을 두고 최소 3-4회를 반복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비문 제거, 오탈자 및 문법적 교정, 더 잘 읽히는 방식으로 문장 변경(paraphrase), 논리적 완결도를 높이기 위한 문단 순서 변경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글이 ‘한 숨에 읽힌다’는 느낌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글은 부모님이 읽어도 재미 있을 때 가장 좋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지금까지의 예시는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의과학과) 최형진 교수님 연구실(FNMR Lab)에서 수행하였고 사이언스(Science)에 출판된 “GLP-1 increases preingestive satiation via hypothalamic circuits in mice and humans“를 기반으로 만들어 본 것이라는 점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