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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유전자 치료의 서막이 열리다 (feat. 티모시 증후군, 인간 뇌 오가노이드)

이 연구는 유전력이 강한 것이 특징인 자폐인의 자폐증유전자 치료 가능성을 제안하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자폐증 유전자로 알려진 CACNA1C로 유발되는 티모시 증후군을 유전자 치료 기법을 도입하여 병적 증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논문입니다. 놀라운 점은 자폐인의 뇌 오가노이드를 제작하여 연구에 사용 하였는데요. 이는 ‘미니 뇌’라고도 알려진 것으로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통해 자폐인의 뇌 특성을 직접 확인하고, 연구진이 개발한 자폐증 유전자 치료 기법을 통해 뇌를 직접 치료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자폐증 융전자 치료

논문 제목: 티모시 증후군을 위한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 접근 (원문: Antisense oligonucleotide therapeutic approach for Timothy syndrome)

본문 링크: https://doi.org/10.1038/s41586-024-07310-6


1. 배경 지식

1.1. 증후군성 자폐증

증후군성 자폐증은 자폐증이 다른 의학적 상태(예: 뇌전증)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단일 자폐증이라고 지칭하기 어려운 경우를 지칭합니다. 현재에는 분명한 원인 유전자가 밝혀진 경우를 일반적으로 의미하기도 합니다.

1.2. 티모시 중후군 (Timothy Syndrome)

티모시 증후군은 증후군성 자폐증의 하나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티모시 증후군은 그 원인 유전자가 명확히 밝혀져 있습니다. 바로 CACNA1C라는 유전자입니다. CACNA1C는 칼슘 이온을 신경세포로 받아들이는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입니다.

1.3.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ASO; Antisense Oligonucleotide)

안티센스는 원하는 유전자를 목표로 할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음을 의미하며,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13-25개로 이루어진 DNA 혹은 RNA를 의미합니다 (올리고라는 단어에는 여러 개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논문의 맥락에서는 CACNA1C가 목표인 20개 길이의 DNA 가닥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러한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의 기능은 목표가 되는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시킵니다. 이 연구에서 ASO의 역할은 특정 CACNA1C의 발현을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 본문에서 더욱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1.4. CACNA1C

CACNA1C는 초기 발달부터 성인기까지 발현되는 유전자로 세포 내 칼슘 유입 기능을 가진 단백질(Cav1.2)에 관한 유전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Cav1.2는 신경세포가 전기활성을 보일 때 이에 반응하여 칼슘을 세포 내로 유입시킬 수 있습니다.

1.5. 인간 뇌 오가노이드

뇌 오가노이드는 한 사람의 뇌 일부를 실험실에서 키워내는 기술입니다. 사람 뇌 오가노이드 기술의 발전을 통해 발달하는 뇌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가 가능해졌으며, 나아가 자폐증과 같은 신경발달장애에 관한 중요한 발견들을 이루도록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2. 무엇이 궁금한가?

이 연구에서는 티모시 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CACNA1C를 교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먼저 연구진(스탠포드의 Pasca 교수 연구진)은 다음의 세 가지 기존 지식을 인용합니다.

  1. 티모시 증후군의 원인 유전자인 CACNA1C의 유전자적 변이와 이에 관한 연구 필요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2.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티모시 증후군 연구에서 신경세포에서 나타난 이상현상에 대해 언급합니다.
  3. 티모시 증후군을 일으키는 CACNA1C의 유전자적 변이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기존에도 ASO를 이용하여 유전자 치료를 가능하게 했던 것을 토대로 ASO를 이용한 CACNA1C 교정이 치료적 효과로 이어질 것임을 서술합니다.

이를 토대로 이 연구에서는 CACNA1C의 유전자적 변이를 교정함으로써 티모시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신경세포의 결함을 교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3. 무엇을 발견했는가?

3.1. 티모시 증후군 환자의 뇌 오가노이드에서 CACNA1C의 특정 종류 발현 증가

연구진은 티모시 증후군의 생체 샘플을 이용하여 뇌 오가노이드를 제작한 다음 CACNA1C가 어떻게 발현는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CACNA1C는 일반 아동에서도 발달 초기 단계의 상태와 그 이후 단계에 상태가 다릅니다. 이를 초기CACNA1C후기CACNA1C라고 명명하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티모시 증후군의 환자의 뇌 오가노이드는 발달이 진행되며 후기CACNA1C의 발현이 증가하지 않고 초기 CACNA1C의 발현이 지속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티모시 증후군에서 일어난 유전자 변이가 발달 단계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CACNA1C의 속성 변화를 저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티모시 증후군의 치료 전략으로 발달 단계에 따라 후기CACNA1C의 발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니다.

3.2. 안티센스 뉴클레오타이드(ASO)를 이용한 후기CACNA1C 발현의 증가

위에서 떠올린 아이디어에 따라 연구진은 후기CACNA1C 발현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ASO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가장 치료 효과가 좋은 ASO를 찾기 위해 여러가지 형태의 ASO를 제작하였고, 그 중 몇 가지를 선별하여 티모시 증후군 환자의 뇌 오가노이드에 처리하였습니다.

그 결과 ASO 처리에 따라 후기CACNA1C의 양이 증가 하였으며, 이 증가된 양은 ASO 한 번 처리에 90일까지 지속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치료제는 언제나 부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예상되는 부작용으로 (1) 유전자 발현 변화로 인해 CACNA1C에 해당되는 단백질량의 감소로 이어지는 않는지, (2) 독성에 따라 신경세포가 죽지는 않는지, (3) 외부 물질의 유입이므로 면역 반응이 증가하지는 않는지, 마지막으로 (4) CACNA1C 외 다른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모든 항목에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3.3. 티모시 증후군에서 보이던 세포의 비정상적 특징이 ASO 처치를 통해 회복되다.

티모시 증후군의 신경세포는 CACNA1C의 이상 발현으로 인해 정상인의 신경세포보다 세포 내에 더 많은 칼슘 농도를 유지하며, 이는 신경세포의 전기적 신호 패턴의 이상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티모시 증후군 환자의 신경세포에 ASO를 처리 했을 때 앞서 말씀 드린 높은 칼슘 농도나 전기적 신호 패턴의 이상이 모두 정상인 수준으로 회복되는 경향성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전기적-이온적 특성과 함께 티모시 증후군의 유전적 변이는 발달 과정에서 특정 종류의 신경세포가 자신의 적절한 뇌 영역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ASO를 처리한 결과 티모시 증후군에서 보이던 세포 이동의 이상 패턴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4. 살아있는 동물에서 보이던 티모시 증후군 현상들이 ASO 처치에 의해 회복되다.

위의 발견들은 모두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매우 통제된 조건 하의 세포에서 확인된 결과물입니다. 그렇기에 위의 결과들이 동물, 나아가 인간에게 적용되기까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연구진은 위의 결과들이 살아있는 유기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티모시 중후군 환자의 뇌 오가노이드를 살아있는 생쥐에게 이식하여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하였습니다.

살아있는 쥐에게 티모시 증후군 환자의 뇌 오가노이드를 이식한 뒤 ASO를 뇌 척수액이 흐르는 공간에 처치하여 위에서 나타난 결과들이 살아있는 유기체에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위의 결과들과 동일하게 후기CACNA1C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세포 내 칼슘의 양이 정상수치로 돌아갔고, 이와 더불어 신경세포의 형태학적 이상도 교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티모시 증후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뇌 척수액 주사를 통한 ASO 처치가 비정상적인 세포의 활성을 조절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4. 어떤 의미를 주는가?

지금까지 신경발달장애에 관한 약물치료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는 자라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 개발 및 임상 실험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직관적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학적 실험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게 어찌보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는 신경발달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 방법론으로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유전적 이유로 인한 질환의 경우 치료 대안을 찾기 위한 실험이 매우 어려울 수 있으나 이 또한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할 경우 윤리적으로 안전하게 여러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현재까지 명확한 치료약이 없던 티모시 증후군, 나아가 자폐증에 관하여 자폐증 유전자 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있습니다.

5. 요약하자면

이 연구는 티모시 증후군을 일으키는 유전적 변이를 다루며 자폐증에 관한 유전자 치료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티모시 증후군의 유전적 변이가 초기CACNA1C의 발현을 높인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이를 교정하기 위해 CACNA1C에 관한 ASO를 개발하였고, 개발된 ASO가 (1) 후기CACNA1C의 발현 증가, (2) 세포 내 이상 칼슘 농도 조절, (3) 이상 신경 세포 활성 조절, (4) 비정상적 신경세포 이동 능력의 교정, 그리고 (5) 신경세포의 형태 이상의 정상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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