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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자폐적 성향이? (feat. 자폐증 지수, Autism-Spectrum Quotient; AQ)

일반 사람들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자폐적 성향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자폐증은 특수한 사람들이며 비정상인의 범주에 속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자폐증 연구의 대가인 사이먼 배론-코언(Sir Simon Baron-Cohen, PhD)를 비롯한 자폐증 연구가들은 일반인에게도 ‘어느 정도’ 자폐적 특질이 타고나며 이를 자폐증 지수로 측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비자폐인의 자폐적 특질과 자폐증 지수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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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폐증 지수(AQ; Autism-Spectrum Quotient)란?

자폐증 지수는 사이먼 배런-코언 박사와 동료들이 2001년 <자폐증 지수: 아스퍼거증후군/고기능자폐, 남성과 여성, 과학자와 수학자로부터의 증거(의역)>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배런-코언 박사는 임상적 도움이 절실한 자폐증 환자 외에도 자폐적 특징을 갖지만 인지 및 언어 발달에 지연이 없는 특수한 집단인 아스퍼거 증후군에 주목합니다. 특히나 자폐증은 유전적 원인이 매우 강한 질환이기에 자폐증으로 진단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족 중에 누군가는 자폐적 특질을 지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합니다.

그렇기에 자폐증에 대해 질병이 ‘있다’/’없다’로 단순히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있다’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 주장합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사이먼 배런-코언 박사는 일반인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자폐증 지수(AQ)’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하였습니다.

간단히 몇 개의 문항을 소개해드리자면, ‘어떤 일을 나 혼자 하는 것 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는 미세한 것에 주목하곤 한다.’ ‘나는 항상 사물에서 패턴을 발견한다.’ ‘새로운 상황은 나를 불안하게 한다.’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실제 측정을 위해 링크(click)로 이동하여 실시해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2. AQ 측정 도구의 특징과 흥미로운 점

AQ는 자폐증의 대표적 세 가지 특징과 자폐증의 인지적 비정상성을 기반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그 범주로 ‘사회적 기술,’ ‘주의전환능력,’ 세부사항에대한 집중,’ ‘의사소통능력,’ ‘상상력’으로 되어 있습니다.

AQ 도구를 개발한 뒤 이를 (1) 아스퍼거증후군/고기능자폐, (2) 무선추출집단(일반 대중), (3) 캠브리지 대학교 학생, 그리고 (4)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를 대상으로 실시하여 AQ가 어떻게 측정되는지 확인하였습니다.

우선 아스퍼거증후군/고기능자폐의 AQ 점수는 일반 대중의 점수보다 높았습니다. 성별에 따른 차이로는 남성의 AQ 지수가 여성의 AQ 지수보다 더 높았습니다. 이는 약 4배 정도 남성에 대한 자폐 진단이 여성에 비해 더 많다는 것과 유사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학생들의 전공에 따라 AQ 점수에 차이가 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리학이나 생명과학, 수학, 공학, 의학등 과학 분야의 전공생의 AQ 점수가 철학, 문학, 언어학, 법학, 신학과 같은 인문대 전공생과 지리학, 경제학, 정치학, 인류학, 경영학과 같은 사회과학대 전공생에 비해 더 높았습니다. 특히나 자연과학대 전공 중에서도 수학 전공생들의 AQ 점수가 가장 높았는데, 이는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전공 여부와 상관 없이) 또한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3. AQ 외 다른 자폐 측정 도구 — BAPQ

앞선 내용까지 배런-코언 박사의 AQ에 대해서 소개드렸습니다. 이 외에도 로버트 헐리 (Robert Hurley, MD/PhD) 교수가 개발한 넓은 자폐 표현형 질문지 (Broad Autism Phenoytpe Questionnair)라는 도구가 있습니다.

BAPQ 또한 AQ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유전적 가능성이 보이는 자폐증의 특성에 주목하여 도구 개발의 동기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AQ는 자폐증 진단의 하위 범주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BAPQ는 자폐증적 성격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의 언어 사용에 더 초점을 맞추어 개발되었습니다 (사회적 상호작용에 초연한 성격, 고집스러운 성격, 사회적 언어 사용).

특이한 점은 BAPQ의 개발과 검증 과정에서 자폐증 아이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BAPQ는 다른 성인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겠지만, 자폐증 아이의 부모님이 자폐증 성향을 지니고 있는 정도를 민감하게 잡아내는데 특히 유용한 도구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BAPQ에 대한 예시 문항을 의역하여 몇 개 소개해드리자면, ‘나는 사람 주위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대화 중에 샛길로 빠지는 것을 피하는 것이 어렵다.’ ‘사람들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쉬워한다.’나는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을 기대한다.’ ‘나는 일하는 동안 루틴을 엄밀하게 지키는 것을 좋아한다.’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특별히 이를 측정하기 위해 한국어로 번안하여 제공하는 웹사이트는 찾지 못해 추후에 발견하게 되면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치며

많은 사람들이 자폐증을 특수한 질환으로 여기지만, 사실은 일반적인 특징이며 일상 생활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사이먼 배론-코언 박사와 같은 연구가들은 이를 인정하고, 일반인에게도 자폐적 특질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자폐증 지수(AQ)를 통해 이러한 특질을 측정할 수 있으며, 이는 자폐증의 범주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전공이나 성별에 따라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폐적 특질을 이해하고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더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함께 하면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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